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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번역] 죽음의 제곱: 쥐 집단의 폭발적 성장과 죽음

roooot 2022. 2. 17. 23:44

원제: Death Squared: The Explosive Growth and Demise of a Mouse Population


원문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어)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644264/pdf/procrsmed00338-0007.pdf

원문의 문장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의미가 전달되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번역하였습니다.


이건 쥐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나의 관심사는 사람과 사람을 고치는 일, 그리고 인간의 생명과 진화에 있다. 생명과 진화를 위협하는 두 개의 죽음이 있는데, 바로 영혼의 죽음과 육체의 죽음이다. 선현들은 진화를 생명 나무에 다가가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를 아포칼립스의 첫 번째 흰 말 앞에 데려다 놓는다. 흰 말 탄 사람은 영혼을 죽이려 드는 세력을 정벌하러 나선다. 요한계시록 2장 7절에서는 "이기는 그에게는 내가 하나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나무의 과실을 주어 먹게 하리라"라고 하고, 22장 2절에서는 "강 좌우에 생명 나무가 있어 열 두가지 실과를 맺히되 달마다 그 실과를 맺히고 그 나무 잎사귀들은 만국을 소성하기 위하여 있더라"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아포칼립스의 네 번째 말 앞에 서 보자. "그리고 보니 푸르스름한 말 한 필이 있고 그 위에 탄 사람은 죽음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지옥이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땅의 사분의 일을 지배하는 권한 곧 기근죽음, 그리고 땅의 짐승들을 가지고 사람을 죽이는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요한계시록 6장 8절, 볼드체는 저자 강조) 여기서 말하는 두 번째 죽음은 현대 의학이 주로 다루는 대상이다. 하지만, 의학의 역사나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대표되는 가르침의 어떤 부분을 보더라도, 영혼의 치유와 민족의 치유, 그리고 신체의 치유를 의학이 동등하게 중시하는 것을 금하지 않는다. 요한이 쓴 편지의 다른 부분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기는 자는 둘째 사망의 해를 받지 아니하리라" (요한계시록 2장 11절)


육체적 죽음

표1: 두 번째 죽음

요한계시록 6장 8절에 나타난 죽음의 요소 생태학적인 관점
(1) 칼 (1) 이주
(2) 기근 (2a) 자원의 부족
  (2b) 혹독한 기후 (그리고 화재나 자연 환경의 대격변)
(3) 죽음 (3) 질병
(4) 땅의 짐승들 (4) 약탈 (포식자)

우선 두 번째 죽음을 고찰해 보자. (표1)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네 개의 죽음의 요소는 자연 속 동물의 생태학적 관점에서 어떤 항목들과 정확하게 대응한다. (넷 중 하나는 두 개의 항목에 대응한다.) 이 다섯 개의 죽음의 요소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쥐를 위해 조성한 유토피아에서 각 요소를 제거하는 방법, 혹은 적어도 크게 줄이기 위해 취한 방법을 논의한다.

(1) 이주: 야생의 동물이 '칼'에 의해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종 내부에서 싸움이 일어나 죽는 경우도 많지는 않다. 오히려 태어난 지역이나 선호되는 서식지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권리를 둘러싼 광의의 충돌이 발생하고, 여기서 도태된 개체들이 미개척지나 좀 더 척박한 서식지로 이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낯설고 척박한 서식지로 이주한 개체들은 다른 죽음의 요소에 더 많이 노출된다. 뿐만 아니라 어떤 집단에서 잉여 개체가 떠나는 것은 개체수의 변화 측면에서 죽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주는 죽음의 요소이다.

(2a) 자원의 부족: 식량과 물은 예로부터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식량과 물이 부족하면 죽음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은신처 등의 환경적인 자원이나 동료가 부족해지는 경우 신체적인 쇠약과 서식지에 대한 불만족이 발생하고, 결국 죽음이나 재생산 실패(종의 죽음)로 이어진다.

(2b) 혹독한 기후: 모든 동물종은 생리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인 조건에 유전적으로 적응해 왔다. 바람이나 비, 습도, 온도 등의 조건이 종의 적응 범위를 벗어나면 즉각적인 죽음에 이르거나, 신체가 허약해져 죽음의 위험을 높인다. 이러한 일반적 효과 이외에도 홍수나 산불 등의 환경 대격변은 집단의 개체수에 훨씬 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3) 질병: 대부분의 동물은 신체에 침투하는 기생충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를 견딜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종은 전염병에 의한 떼죽음이나 질병에 의한 개체수 감소의 위험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개체 밀도는 질병의 전파 가능성을 높인다.

(4) 약탈: 진화 과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모든 종은 죽음의 위협을 가하는 포식자를 갖고 있다.

위의 다섯 가지 죽음의 요소로 구성원을 잃더라도 대부분의 종은 오랜 기간동안, 심지어는 지질 시간으로 측정될 만큼 긴 시간 동안 존속한다. 이러한 종 차원의 존속을 위해서, 모든 종은 노화 이외의 죽음의 요소에 의한 개체수 감소를 보상하기 위해 필요한 재생산 능력을 발전시켜 왔다. 노화를 죽음의 요소에서 제외한 이유는 자연계에서 다른 죽음의 요소에 굴복하지 않고 재생산 불가능한 나이까지 살아남는 개체는 드물기 때문이다.


쥐를 위해 죽음의 요소를 제거한 환경

이 환경에서 제시하는 속성들은 다른 곳에서 논의되었다. (Calhoun 1969, 1971, Wigotsky 1970) 이 절에서는 어떻게 환경적인 설계를 통해 죽음의 요소를 줄였는지 설명한다.

(1) 이주 방지: 물리적으로 닫힌 계를 구성하였다. 전체 공간은 각 변의 길이가 2.57 m인 정사각형 모양이며, 네 변은 1.37 m 높이의 벽으로 막혀 있다. 벽에는 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지만, 위로부터 43 cm 구간에는 아연 도금을 하여 기어 오를 수 없게 했다.

(2a) 풍부한 자원: 벽에는 64 cm마다 동일한 구조물이 설치되었다. 이 구조물에는 우선 12.5 mm 간격의 철조망으로 만든 지름 7.6 cm, 길이 86 cm짜리 의 터널 모양 4개가 벽면에 세로로 설치되어 있다. 각 터널의 아래쪽 끝은 바닥에 거의 붙어 있는데, 옥수숫대로 둘러싸여 있어 쥐들이 터널에 접근할 수 있게 하였다. 터널의 아래쪽부터 20.3 cm마다 철조망과 벽을 통과하는 3.2 cm 크기의 구멍 4개가 뚫려 있어 20.3 x 12.7 x 10.2 cm 크기의 은신처로 이어진다. 하나의 은신처에는 15마리의 쥐가 편하게 쉴 수 있다. 말하자면, 4세대가 있는 원룸 주택이 각 구역마다 4채씩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벽 구역은 0.356 m^2의 바닥 영역과 연결된다. 16개 각 구역의 벽 중간에는 15 x 25 cm 면적의 철조망으로 된 식량 공급통이 설치되어 있다. 식량 공급통은 4개의 터널 중 우측 터널과 붙어 있어서, 터널 바깥쪽을 기어 오르는 쥐들은 식량 공급통에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나의 식량 공급통을 통해서 동시에 25마리의 쥐가 먹이를 먹을 수 있다. 터널의 바깥쪽을 더 기어 오르면 10 x 45 cm 크기의 플랫폼에 오를 수 있고, 그 위에는 4개의 물병이 달려 있다. 2마리의 쥐가 하나의 물병에서 동시에 물을 마실 수 있다. 터널 바닥을 몇 cm 벗어나면 은신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종이띠가 항상 풍부하게 공급되었다. 먹이를 먹는 속도와 물을 마시는 속도를 고려할 때, 먹이 공급은 개체수가 9500마리에 도달하기 전까지, 물 공급은 개체수가 6144마리에 도달하기 전까지 제한 변수가 되지 않는다. 16개 구역에 256개의 은신처가 있기 때문에, 개체수가 3840마리가 되기 전까지 은신처는 제한 요소가 되지 않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많은 동물들이 높은 밀도로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기에, 전체 개체수가 2200마리로 정점을 찍었을 때 모든 은신처 중 20% 정도는 비어 있었다. 따라서 암컷이 원하기만 한다면 항상 비어 있는 은신처를 찾아 새끼를 기를 수 있었다.

(2b) 날씨 통제: 쥐 세상은 조립식 금속 건물의 2층에 위치해 있다. 연중 추운 계절에 실내 온도는 섭씨 20도로 유지되었다. 더운 계절에는 큰 송풍기를 활용해서 실내 온도가 섭씨 21도에서 32도 범위의 실외 온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하였다. 실내 환경이기 때문에 비 때문에 해를 입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바람이 부는 환경은 아니었으나, 높은 기온 때문에 바람이 필요한 경우에는 환기를 위해 바람이 불도록 하였다. 이러한 날씨 환경이 죽음에 기여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3) 질병 통제: 본 연구에서 사용된 Balb C 알비노 집쥐(Mus musculus)는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th)의 사육 집단에서 얻었다. 이 집단에는 살모넬라와 같은 전염성 질병을 막기 위해 엄격한 예방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사육 집단에서 밀도가 가장 높은 곳에서 채취한 박테리아 배지를 분석한 결과, 전염성 유기체가 연구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약 4-8주 간격으로 모든 은신처와 바닥에 있는 옥수숫대와 함께 누적된 배설물을 제거하였다.

(4) 포식자: 포식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16구역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실험 환경에서 죽음의 요소가 아예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쥐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노화에 의한 죽음이 집단의 개체수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초기 분석에 의하면 암컷 쥐의 폐경은 약 560일령에 찾아온다. 우리는 아직 쥐들의 평균 기대 수명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폐경 시기보다는 훨씬 길 것으로 추측한다. 많은 개체들이 800일 이상 생존했고, 이는 인간에게 80살 정도에 해당한다.


초기 개체수의 폭발적 증가: 자원 이용기 (B단계)

1968년 7월 9일, 48일령의 Balb C 집쥐 네 쌍을 우리의 쥐 세상에 풀어 놓았다. 각 쥐는 젖을 뗀 후 21일 동안 격리된 상태였다. 첫 새끼가 태어나기까지 104일이 걸렸다(A단계). 이 기간 동안 쥐들은 새로운 환경과 서로에게 적응하느라 큰 혼란을 겪었다. 이러한 혼란의 시기를 지나 첫 번째 새끼가 태어나고부터는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개체수의 배가(倍加, 두 배로 늘어남)는 약 55일마다 일어났고, 거의 다섯 번 배가될 때까지 전체 개체수는 대충 20, 40, 80, 160, 320, 620마리가 되었다. (도표 2) 나는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인 이 기간을 B단계라고 부른다. 개체수가 620마리에 이르자, 개체수 증가 속도는 갑작스럽게 떨어져 배가 주기가 145일로 늘어났다. B단계에서는 주기적으로 새끼들이 태어나고 그들이 다시 재생산 가능한 연령이 되어 새끼를 낳는 일이 반복되었고, 이것이 개체수 증가로 이어졌다.

B단계에서 새끼들이 태어난 위치(도표 3)를 살펴보면 그 안에서 생겨난 사회적 구조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도표의 정사각형은 쥐 우리의 벽을 나타내며, 작은 검은색 사각형은 안쪽 벽을 따라 설치된 식량 공급통의 위치를 나타낸다. 두 식량 공급통 사이에는 네 채의 원룸 주택이 있으며, 각 주택에는 하나의 터널에 연결된 네 개의 방(은신처)이 있다. 이렇게 구성된 총 64채의 주택 각각에서 태어난 새끼의 수를 B단계 종료 후 이루어진 첫 번째 조사를 통해 정리하였다. 이 결과가 도표 3의 정사각형 바깥쪽으로 뻗은 막대로 표시되어 있다.

어떤 주택에서는 출생이 집중된 반면, 다른 주택에서는 매우 적은 수의 새끼만 태어나거나 아예 출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불균일한 출생 분포는 출산 가능한 암컷들이 무리를 이룬 결과이다. 도표 3에서 중앙의 원으로부터 정사각형 테두리로 뻗는 선이 이러한 '무리'의 구분을 나타낸다. 각 무리에서 태어난 새끼의 수가 그 사이에 표시되어 있다. 이 수들을 통해 닫힌 사회적 시스템의 성질 두 가지를 다음과 같이 알 수 있다.

(1) 선형 대칭성: 북동쪽에 위치한 무리는 252일 동안 13마리의 새끼밖에 낳지 않았는데, 그 반대편에 위치한 남서쪽 무리는 8배가 넘는 111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그런데 이 두 무리 사이에서는 가장 많은 새끼를 낳은 남서쪽 무리로부터 시계방향으로든 반시계방향으로든 북동쪽 무리 방향으로 가면서 점차 출산한 새끼 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원형 대칭성을 띠는 환경에서 보다 효과적인 선형 대칭 구조를 구현하려는 쥐들의 시도를 반영한다.

(2) 무리의 계급 서열: 각 무리의 재생산 능력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간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14개의 무리 중 111마리의 새끼를 낳은 무리를 제1계급으로, 13마리의 새끼를 낳은 무리를 제14계급으로 볼 수 있다. 계급에 따른 출생수를 도표화하면 (도표 4) 전체 사회 시스템에 놀랄 만한 계급 서열이 나타났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서열은 무리 하나에 속해 있는 수컷 몇 마리를 추적하여 활동성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무리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수컷의 활동성이 가장 높았으며,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들수록 활동성도 함께 줄어들었다. 이러한 활동성을 '사회적 속도'라고 부른다. (Calhoun 1963, 1967, 1971) 우리의 연구는 14마리의 수컷이 속한 무리에서 사회적 속도가 무리 내의 서열에 따라 선형적으로 감소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기울기는 도표 4의 기울기와 대략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각 무리는 대강 도표 3에 나타난 각 바닥 영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수컷과 패거리를 이루었다. 이러한 수컷들의 활동 영역은 모두 우리의 중앙 근처에서 겹쳤다.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수컷은 항상 새끼를 가장 많이 낳는 무리를 거느렸고, 다른 수컷들의 영향력도 거느린 암컷들의 재생산 능력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었다.

B단계에서 나타난 선형 대칭성과 계급적 사회 구조를 통해 쥐들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고, 폭발적인 개체수 증가를 보였다. 이 단계가 끝날 무렵 지내기에 괜찮아 보이는 공간은 모두 구조화된 사회적 무리에 점유되었다. 이 14개의 사회적 무리에 속한 다 자란 쥐의 수는 총 150마리였다. 각 무리의 평균 개체수는 10마리를 넘었고, 여기에는 대장 수컷과 그를 따르는 수컷과 암컷 쥐, 그리고 그들의 새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B단계가 끝났을 때 다 자라지 않은 470마리의 쥐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어미 쥐들의 보살핌을 잘 받고 일찍 사회화를 경험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린 쥐들의 수는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은 다 자란 쥐들의 수의 3배가 넘었다. 이는 생태계에서 자연적으로 작용하는 죽음의 요소들이 정상적으로 작용했을 때 나타나는 비율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이다.


억제된 2차 개체수 증가: 침체기 (C단계)

제315일부터 245일 동안 개체수는 훨씬 천천히 증가했다. B단계에서 배가가 55일마다 일어났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 시기에는 145일마다 개체수가 2배 늘어났다. 이러한 개체수 증가 속도 감소의 배경을 분석해 보자. 자연적인 생태 환경에서 성체가 되지 못하고 죽는 새끼들이나 늙어서 죽는 쥐들의 수보다 많은 수의 새끼들이 성체가 된다면, 이러한 잉여 개체 중 사회적 위치를 찾지 못한 개체들은 집단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 그러나 우리의 실험 환경 속의 쥐들에게는 이주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새끼들이 성체가 되었는데도 그들은 집단에 머물러야 했고, 포화 상태의 사회 시스템 속에서 역할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경쟁에서 탈락한 수컷들은 육체적으로 무리에서 도망쳐야 했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포기하게 되었다. 그런 수컷들은 비활동적이게 되었으며, 우리 바닥 중앙에 모여들어 떼를 이루었다. 이 시점부터 그들은 더 이상 무리의 다른 개체들과의 상호작용을 하려고 하지 않았고, 대장 쥐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만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컷들은 많은 상처와 흉터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었는데, 이는 다른 포기자 수컷들에게 공격받은 흔적이었다. 두 마리 이상의 수컷이 먹이나 물을 먹기 위해 벽 쪽으로 갔다가 중앙으로 돌아올 때면 고요한 무리에 갑작스러운 긴장감이 생겼다. 가만히 있던 수컷이 자극을 받아 포기자 무리의 다른 개체를 공격하기도 했다. 공격을 받는 쥐는 도망칠 능력이 없어 이런 잔인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계속 살아야 했다. 그리고 이번에 공격을 받은 쥐가 다음에는 다른 쥐를 공격할 것이었다. 포기자 암컷들은 높이 있는 은신처로 숨어드는 경향이 있었는데, 새끼가 있는 다른 암컷들이 높은 곳을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암컷 쥐들에게는 포기자 수컷 무리에서 나타난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쥐들이 무리에 들어오는 것을 극단적으로 거부한 결과, 대장 쥐들은 자신의 영역을 계속해서 지킬 힘을 잃어갔다. 점차 대장 쥐들이 영역 방어에 나서는 빈도나 지키는 영역의 범위가 줄어들었고, 그만큼 은신처에서 새끼를 키우는 암컷 쥐들이 침입자들에게 많이 노출되었다. 보통 대장 쥐가 있는 환경에서 새끼를 키우는 암컷은 거의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침입자들이 은신처와 터널 입구까지 쳐들어 오자 암컷들은 공격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대장 쥐의 역할을 대신한 것이다. 이런 공격성은 공격을 받고, 상처를 입고, 젖을 떼기도 전에 집을 떠나야 했던 새끼들에게까지도 퍼졌다. C단계에서 임신은 줄었고, 유산은 늘어났다. 모성 행동에도 문제가 생겼다. 종종 새끼들이 출산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다. 암컷은 새끼들을 데리고 은신처 여기저기를 다녔는데, 몇 마리를 버려둔 채 떠나기도 했다. 어떤 개체수 조사에서 확인한 어린 새끼 중 많은 수가 다음번 조사에서는 보이지 않기도 했다. 개체수 조사로 나타나는 새끼의 유기는 모성 행동 붕괴를 보여주는 특별히 민감한 지표이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전체적으로 임신은 감소하고, 유산과 유아(젖 떼기 전의 쥐) 사망률은 높아졌으며, 결과적으로 C단계의 갑작스러운 개체수 증가율 감소로 이어졌다. C단계가 끝날 무렵, 사실상 모든 사회적 구조는 죽음을 맞았다.


개체수 감소: 소멸기 (D단계)

제560일, 개체수 증가는 갑작스럽게 멈췄다. 제600일까지 태어난 쥐 중 몇 마리가 젖먹이 단계를 지나 살아남았다. 그 사이에 사망수는 출생수를 약간 앞설 뿐이었다. 그러나 제600일에 태어난 쥐는 살아남는 마지막 쥐가 되었다. 임신은 급격하게 감소했고, 새끼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마지막 임신은 제920일에 이루어졌다. 노화로 인한 죽음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개체수는 계속 감소했다. 살아남은 쥐들의 평균 나이는 1972년 3월 1일 기준으로 776일이었다. 폐경 이후 200일은 더 사는 것이었다. 1972년 6월 22일까지 살아남은 쥐는 122마리(수컷 22마리, 암컷 100마리)밖에 되지 않았다. 몇 달 간 일어난 기하급수적인 개체수 감소가 계속 이루어진다면 1973년 5월 23일 모든 수컷이 죽을 것이 예상되었다. 이는 실험이 시작된지 1780일째에 해당했다. 그 시점이 되면 실험 집단은 번식 능력의 '죽음'을 맞이한다. 실험 700일째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는 기존의 지식과 배치되는 결과였다. 개체수가 감소하여 소수의 무리만 남게 되면 그 개체들이 다시 번식하여 개체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존의 지식은 말한다.

다시 C단계의 끝으로 돌아가자. 이 시점에 이미 멸망의 씨앗은 뿌려졌다. C단계의 절반 가량을 지날 무렵에 실질적으로 모든 새끼들이 다 자라기 전에 어미로부터 버림받았다. 그들은 적절한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채 독립했다. 이미 개체 밀도가 너무 높은 탓에, 쥐들에게 치여서 다른 쥐들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번번이 물리적으로 방해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개체 간 상호작용으로 얻는 만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집단의 크기가 최적의 크기를 넘어서는 정도에 비례하여 상호작용의 강도와 시간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Calhoun 1963에서 보였다. 즉, 작은 집단에서는 복잡한 모습을 띠었을 상호작용이 큰 집단에서는 단순한 모습으로 파편화된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어린 시절의 사회적 유대 형성 실패,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물리적 방해, 행동의 파편화)로 인해 보다 복잡한 사회적 행동(예를 들어 구애, 모성 행동, 공격 등)이 발달하지 못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설명한 16 구역짜리 실험과 병렬적으로 2개 구역으로 이루어진 우리에서 별도의 실험을 수행했는데, 여기서는 암컷에게 나타나는 사회적 행동의 미발달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이 실험에서는 C단계에서 D단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부터 300일 후에 모든 개체를 죽였다. 이중에는 C단계가 끝나기 전 50일 동안 태어난 148마리의 암컷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의 중위 연령에 해당하는 334일령 쥐들을 부검한 결과, 전체의 18%만이 임신 경험이 있었고 (즉 82%의 암컷에게서는 자궁 내 태반에 흉터가 없었다) 오직 2%만이 임신중이었다. 임신중이었던 3마리의 암컷은 각각 1개의 배아만 배고 있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5개 이상의 배아를 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반적인 집단에서 이 나이대의 암컷은 5마리 이상의 새끼를 대체로 잘 키워냈을 것이다.

이렇게 번식을 하지 않는 암컷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수컷을 우리는 '예쁜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 수컷들은 암컷들에게 성적으로 접근하지도 않았고, 다른 개체와 싸움을 벌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상처나 흉터가 하나도 없었고, 털가죽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했다. 이들의 행동 패턴은 크게 먹기, 마시기, 자기, 털 손질 정도에 국한되었다. 신체를 유지하는 것 이외의 사회적 활동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16 구역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실험에서 태어난 개체 중 후반부에 태어난 절반의 개체는 대부분 전술한 '번식을 하지 않는 암컷'이나 '예쁜이 수컷'에 해당했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던 이전 세대의 개체들이 점차 늙어가면서,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번식 능력은 완전히 끝나 버렸다. 이 시점에 번식에 적합한 연령에 있던 개체들은 모두 '예쁜이 수컷'이나 그러한 유형의 암컷뿐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번식 능력을 모두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나의 동료인 할시 마즈든 박사(Dr. Halsey Marsden)는 D단계의 1/3과 2/3 지점 사이에 여러 연구를 수행했다. 그는 이 북적이는 우리에서 쥐들을 몇 마리 꺼내서 낮은 개체 밀도의 새 우리에 풀어 놓았다. 모든 개체들은 구조화된 사회적 행동이나 번식을 위한 행동 능력을 거의 완전히 잃어버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짝짓기를 할 수 있는 적절한 이성 파트너, 그것도 낮은 개체 밀도에서 성장한 파트너와 함께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번식 행동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결론

사회적 무리를 이루는 모든 포유류 집단에서 전통적인 죽음의 요소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때, 본 연구에서 얻은 결과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육체의 죽음(즉 둘째 죽음)이 줄어들면 잉여 개체의 생존이 늘어나고, 종 고유의 사회적 역할이 점유될 확률이 높아진다. 몇 세대만에 그 종에게 허락된 모든 물리적인 공간에서 모든 역할이 가득 찬다. 이 시점에, 생존한 많은 개체들이 계속하여 성적인 면과 행동 양식의 면에서 성숙한다면 적절한 종 고유의 행동이 가능한 성체의 수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성숙을 위해 어린 개체들은 이미 사회적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늙은 개체들과 경쟁을 벌인다. 경쟁이 너무 치열한 나머지, 암컷과 수컷, 어린 개체와 늙은 개체를 불문하고 모든 개체의 정상 행동이 거의 붕괴한다. 정상적인 사회 구조가 붕괴한다. 즉, 사회가 '죽는다'.

사회적으로 해체된 집단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어미를 비롯한 다른 성체들에게 거부당한다. 이렇게 일찍이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 데에 실패한 데다가, 높은 개체 밀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행동은 번번이 다른 개체의 물리적 접촉에 의해 방해받는다. 또한 높은 접촉 빈도는 행동을 파편화하는데, 이는 사회적 상호작용으로부터 얻는 만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집단의 크기가 최적의 크기를 넘어서는 정도에 비례해서 상호작용의 강도와 시간이 감소해야 한다는 통계적 분석의 결과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폐증과 유사한 어떤 것, 오직 물리적 생존을 위한 가장 단순한 행동만이 가능한 존재가 탄생한다. 이들의 영혼의 죽었다 ('첫 번째 죽음'). 더 이상 종의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복잡한 행동을 취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종은 죽는다.

쥐처럼 단순한 동물에게는 구애 행동이나, 모성 행동, 영역 방어, 무리 내 그리고 무리 간의 위계적 사회 구조화 정도가 가장 복잡한 행동에 속한다. 이런 기능에 관계된 행동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면 사회적 구조가 발달하지 못하고, 번식이 일어나지 않는다. 앞서 보인 나의 연구 결과에서와 같이,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결국 늙어 죽을 것이다. 집단 전체가 죽어서 사라지는 것이다.

인간처럼 복잡한 동물에게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을 때 종이 멸종하지 않으리라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사회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넘치지만 역할을 맡을 기회가 한참 부족하다면, 혹은 앞으로 부족해지리라는 것이 예상된다면, 폭력과 사회 구조의 붕괴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 개인들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나머지, 소외감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가장 복잡한 행동은 파편화된다. 산업화 이후의 문화적-개념적-기술적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생각을 얻고, 창조하고, 활용하는 일은 이제 불가능해진다. 쥐의 경우에 생물학적인 (재)생산이 종의 가장 복잡한 행동과 연관되었듯이, 인간의 경우에는 생각의 생산이 가장 복잡한 행동에 해당한다. 이런 복잡한 행동을 잃어버릴 때, 인간 종도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의 요소, 육체적 죽음 = 두 번째 죽음
죽음의 요소를 철저하게 억제
= 두 번째 죽음의 죽음
= 죽음의 제곱
= (죽음)²
(죽음)²으로 인한 사회적 구조의 붕괴
= 사회 구조의 죽음
사회 구조의 죽음으로 인한 영적인 죽음
= 종의 생존에 필수적인 행동을 할 능력을 상실
= 첫 번째 죽음
따라서, (죽음)² = 첫 번째 죽음

지혜를 얻은 자와 명철을 얻은 자는 복이 있나니
지혜는 그 얻은 자에게 생명 나무라 지혜를 가진 자는 복되도다
그 길은 즐거운 길이요 그의 지름길은 다 평강이니라
(잠언 3장 13, 18, 17절, 재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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