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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유튜브’ 대신 ‘너튜브’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문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종종 출연자들이 ‘유튜브’를 ‘너튜브’라고 바꿔 부르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비슷하게는 ‘인스타그램’을 ‘인별그램’, ‘카카오톡’을 ‘카톡’ 혹은 ‘국민 메신저’라고 하는 표현들도 있다. 이제는 일종의 방송 용어처럼 정착된 느낌도 있지만, 왜 굳이 저렇게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걸까? 실제 브랜드 이름을 말하는 것이 금지된 걸까?
이 글은 그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해, 방송법과 심의 규정의 구조, 그리고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환경에서의 규제 논리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천천히 짚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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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브랜드명을 피하는 이유: 법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방송사들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서라기보다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른 자율적 회피 때문이다. 이 규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정한 것으로, ‘방송 내용의 공정성과 적절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을 담고 있다.
해당 규정 중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제47조(간접광고)**이다. 이 조항은 방송 내용 속에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가 의도적으로 반복되거나 부각되어, 시청자에게 상업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 문제는 여기서 간접광고의 의도가 명확하지 않아도, 단지 브랜드명이 지나치게 노출되거나 반복되기만 해도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방송사들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너튜브’ 같은 우회 표현을 쓰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브랜드를 노출하려 한 것이 아니어도, 결과적으로 ‘광고 효과’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제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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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심의 규정은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을까?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법률이 아니라 행정규칙이다. 하지만 근거 없는 규정은 아니다. 방송법 제33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 내용의 공공성, 공정성, 적절성 유지를 위한 기준을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공공성’이나 ‘적절성’ 같은 표현이 상당히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방송심의 규정은 상당한 해석의 여지를 갖게 되고, 경우에 따라 위헌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예컨대 만약 어떤 심의 규정이 ‘여성은 오후 10시 이후 방송에 출연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는 방송법이 위임한 ‘공공성 유지’라는 취지를 벗어나며, 헌법상 평등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 실제로 심의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례도 있다.
즉, 방송심의위원회가 규정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은 있지만, 그 내용은 반드시 방송법의 위임 취지를 따르고, 헌법과 법률의 상위 규범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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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유튜브’처럼 이미 대중화된 브랜드명도 금지될까?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유튜브’는 이미 거의 일반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단어 아닌가? 특정 회사를 광고하려는 의도 없이 단지 플랫폼을 지칭하기 위해 말하는 것이라면, 굳이 피할 필요가 있을까?
실제로도 이런 문제 제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방송작가나 PD,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유튜브는 사실상 일반명사화됐는데, 굳이 ‘너튜브’라고 돌려 말하는 게 오히려 콘텐츠의 자연스러움을 해친다”는 반응이 많다. 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의도 없는 언급은 반드시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방송사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규제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회피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튜브와 공식적인 광고 계약이 맺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브랜드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면, 타사 브랜드를 무료로 홍보해주는 모양새가 되기도 하니, 방송사 자체의 상업적 이해관계도 작용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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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규제받지 않는 플랫폼은 왜 문제되지 않나?
그렇다면 반대로, 유튜브처럼 콘텐츠 제작자들이 자유롭게 브랜드를 언급할 수 있는 플랫폼은 왜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 걸까? 혹은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는 전통 방송처럼 심의 대상일까?
이건 ‘방송이 공공재인가 사적 자산인가’라는 구조적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전통 방송사는 국가가 허가한 전파(주파수)를 이용해 방송을 한다. 전파는 국민 모두의 공적 자산이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방송사에는 공공성을 유지할 책임이 부과된다. 이는 마치 공영방송이 재난방송, 선거방송 등을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유튜브는 완전히 민간 플랫폼이고, 누구나 자유롭게 진입하고 경쟁할 수 있으며, 시청자가 직접 선택하는 구조다. 콘텐츠 품질이 낮거나 광고성이 강한 콘텐츠는 시청자들이 외면하면 그만이다. 이런 시장 구조에서는 자율 규제만으로도 품질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다만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은 방송과 유사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규제 논의도 점점 진지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OTT에 유럽 콘텐츠 30% 편성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사업자’라는 명칭으로 법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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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필요한가, 불필요한가?
결국 이 논의는 규제가 과연 꼭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어차피 상업성이 지나치면 시청자들이 외면할 것이고, 시장 자율에 맡기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거의 규제 없이도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방송은 플랫폼 구조상 불완전경쟁 시장이라는 점, 그리고 그 영향력이 단순한 콘텐츠 이상이라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공적 규제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건 규제가 존재하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그 규제가 실제로 목적에 부합하고 균형 있게 작동하느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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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브랜드명 하나를 어떻게 부르느냐는 사소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방송의 법적 지위, 표현의 자유, 공익성과 상업성의 균형 같은 다양한 층위의 논점이 숨어 있다. 지금도 방송과 플랫폼 사이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고, 규제의 패러다임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유튜브’와 ‘너튜브’ 사이의 고민은 어쩌면 그 변화의 전선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사례일지 모른다.